갑상선이란?
갑상선은 병명이 아닙니다. 신체장기의 이름입니다.
갑상선의 구조
갑상선은 보통 목의 부위 중 전방의 정중앙 하단부에 위치하며 “아담의 사과(Adam’s Apple)”라 불리우는 목 중앙에 튀어나온 부위(갑상연골)의 바로 아래쪽에서 기관(폐로 가는 공기통로)의 일부를 둘러싸고 붙어있는 “날개 편 나비” 형상의 신체장기이며 갑상선호르몬을 생산하고 저장해두었다가 필요시 혈액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한쪽 날개(또는 엽)의 크기는 2x5cm 정도이며 양쪽 날개(또는 엽) 합쳐서 무게가 약 10~20g 정도됩니다.
흔히 주변에서 듣는 “갑상선에 걸렸다”는 애매한 표현 때문에 갑상선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병명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또한 의료에 종사하는 사람들 외에는 갑상선의 위치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적을 뿐만 아니라 단순 지식만으로 갑상선에서의 병은 모두 갑상선기능항진과 기능저하로만 구분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갑상선이 보통 아래쪽 앞 목에 말랑말랑한 부드러운 조직상태로 위치하며 여러 겹의 얇은 근육(혁대근: 띠근육)으로 덮어져 있기 때문에 눈에 잘 보이지도 않고 구분할 수 있는 정도로 만져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갑상선이 일반적으로 흔한 위치에 있지 않고 좀 더 위쪽에 붙어있는 경우이거나 목이 길면서 마른 체형일 때는 정상적으로도 갑상선이 두드러지게 보이거나 쉽게 만져질 수도 있습니다.
갑상선에 병이 생기면 모두가 외부증상으로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환자에서 갑상선 크기에 이상이 올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커지거나 부분적으로 커지기도 하며 일부가 딱딱하게 만져지기도 합니다.
드물게는 발생학적으로 갑상선의 하강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거나 충분치 못해 갑상선초음파 검사시 과거 갑상선 수술을 한 절개흉터가 없는데도 갑상선을 목 부위에서 찾지 못해 검사자를 당혹스럽게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갑상선의 기능
우리 몸은 외부환경의 변화에 대하여 항상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각종 호르몬을 분비하여 신체 기능을 원활하게 하려고 합니다. 갑상선은 이런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기관의 하나이며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요오드를 원료로 하여 갑상선호르몬을 만들어 분비하여 우리 몸의 신진대사의 속도를 조절하는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갑상선호르몬의 작용으로 심장박동을 증가시켜 스트레스에 적절히 반응을 하게 하며, 적혈구생성을 증가시켜 충분한 산소공급을 하고, 근골격계의 대사, 다른 호르몬들의 대사, 약물대사 등에 관여합니다. 또한 갑상선호르몬은 태아기와 성장기에 성장과 발육 특히 뇌와 골격계(뼈)의 발육에 매우 중요하며 이 시기에 갑상선호르몬이 부족하면 키가 작고 지능이 낮아지게 됩니다. 갑상선호르몬은 이처럼 신체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활력소와 같은 역할을 갖는 필수 호르몬이며 부족하거나 지나치게 많으면 여러 가지 신체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갑상선호르몬의 분비는 뇌의 일부인 뇌하수체라는 엄지손톱 만한 내분비기관에서 분비되는 각종 호르몬들 중 특히 갑상선자극호르몬에 의해 조절되며 항상 일정한 정도의 분비상태를 유지하는 체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갑상선, 뇌하수체, 기타 장기의 이상이 발생하거나 다른 외부의 요인으로 갑상선호르몬 분비의 항상성이 깨져서 갑상선기능항진증이나 기능저하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갑상선의 어원
갑상선학의 역사상 갑상선 장기를 최초로 기술한 사람은 고대 로마시대의 대표적인 의사이자 해부학자였던 갈렌(Galen; Claudios Galenos, 130 ?~200 ? A.D.)입니다. 당시에는 갑상선은 인후의 습기유지와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겨 과도한 객담 시 목이 부었다고 생각하여 갑상선종을 기관지류으로 오인하였습니다.
갑상선 장기를 최초로 그린 사람은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근대적 인간의 전형으로 다방면에서의 천재이자 해부 예술의 선구자인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 A.D.)입니다.
현재의 갑상선(thyroid gland) 용어를 처음 명명한 사람은 영국 런던의 의사이자 해부학자였던 토마스 와튼(Thomas Wharton, 1610 ?~1673 A.D.)입니다. 갑상선이 방패를 닮은 목의 연골인 갑상연골과 근접해 위치함을 근거로 Thyroid gland (Glandulae thyroideae)이라고 하였는데 “Thyroid”는 고대 그리스 시대에 사용되었던 독특한(날개를 펼친 나비와 같은 형상) 방패(Thyreos)를 닮았다는 뜻의 그리스어(Thyeoides)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당시에는 갑상선이 목의 외관을 둥글게 만드는 역할, 즉, 여성들 목의 둥근 모양의 아름다움을 유지해주는 기관으로 인식했습니다.
갑상선이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기관임을 처음 밝힌 사람은 영국의 외과의사이자 위생보건개혁가인 존 사이먼(Sir John Simon, 1816~1904)입니다.
갑상선의 질환
갑상선 질환으로는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습니다.
1. 갑상선 기능의 이상 (갑상선기능항진증, 갑상선기능저하증)
2. 갑상선의 염증 (급성 갑상선염, 아급성 갑상선염, 만성 갑상선염)
3. 갑상선의 형태학적 변화
1) 갑상선의 미만성 변화 (-갑상선 전체나 일부분이 커지거나 위축됨)
2) 갑상선의 결절 (비종양성 결절, 양성종양, 악성종양)
갑상선기능이상과 자가면역성 질환
갑상선은 궁극적으로 갑상선호르몬을 분비하는 곳이므로 이 호르몬의 분비이상과 관련한 질환이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주변에서 갑상선문제로 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에게 병명이 뭐냐고 물어보면 갑상선기능항진증 또는 기능저하증이라 말하고 이를 자신의 병명으로 생각하고 수년을 보내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이나 기능저하증은 단지 갑상선호르몬의 비정상적인 분비상태를 표현한 말이므로 그런 임상상태에 도달하는데는 분명히 원인이 되는 갑상선질환이 있습니다.
갑상선은 면역학적으로 문제가 생기기 쉬운 내분비(호르몬분비)기관입니다.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각종 호르몬 중 갑상선자극호르몬(TSH)이 갑상선에 작용하는데 이를 받아들이는 갑상선세포의 수용체에 대한 자가항체(TSI)가 생기게 되면 이 항체가 TSH 대신 갑상선을 더 많이 자극하여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유발하게 되는데 이를 그레이브스병 또는 바세도우병이라고 부르며 갑상선기능항진증의 가장 많은 원인을 차지합니다. 이와 반대로 갑상선세포를 손상시키는 세포면역반응에 의한 갑상선 염증을 하시모토 갑상선염 또는 만성림프구성갑상선염이라고 부르며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유발하는 원인들 중 가장 많은 빈도를 차지합니다.
갑상선과 요오드
갑상선호르몬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요오드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요오드는 김, 미역, 다시마, 파래와 같은 해조류 음식에 다량 포함되어 있으며 장을 통해 흡수되어 혈액을 타고 갑상선에 도달하여 섭취되면 갑상선호르몬을 만드는 과정에 이용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갑상선호르몬은 갑상선 내 수많은 작은 여포들 속에 저장되어 있다가 필요할 때 혈액으로 분비하여 해당장기로 가서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갑상선은 다른 내분비기관들 중 특히 뇌하수체의 지배를 받아서 갑상선호르몬의 생산, 저장, 분비가 조절됩니다. 뇌하수체에 분비되는 각종 호르몬 중 갑상선자극호르몬이 분비되면 갑상선 내로의 요오드섭취가 증가하여 갑상선호르몬의 생산과 분비가 촉진됩니다. 이렇게 해서 혈액 내 갑상선호르몬이 증가하면 뇌하수체에서의 갑상선자극호르몬의 분비는 감소하게 되고, 결국 갑상선호르몬의 생성 및 분비가 감소하게 되면 다시 갑상선자극호르몬의 분비는 증가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피드백(feed-back) 과정에 의해 갑상선호르몬의 분비가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는 것입니다.
갑상선에 좋은 음식은?
뭐가 있을까요? 외래에서 갑상선환자들이 자주 묻는 질문입니다.
저는 환자분들에게 특별히 가릴 음식은 없다고 말씀드리면서도 지나친 요오드 함유 식품의 섭취만큼은 되도록 피하라고 권유합니다. 사실 갑상선에 특별히 좋거나 특별히 해로운 음식은 따로 없습니다. 다만 음식과 관련해서는 특히 요오드의 섭취량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갑상선은 왜 요오드와 관련이 많은 걸까요? 요오드는 갑상선에서 분비되는 갑상선호르몬의 필수 구성성분이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하루에 섭취가 필요한 요오드의 권장량은 약 150ug(마이크로그램) 정도입니다. 그러므로 너무 적게 섭취했을 때는 갑상선호르몬의 생성과 분비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의학교재에서는 요오드섭취량이 극도로 적은 산간내륙지방- 예를 들어 알프스산맥, 몽고내륙지역 등 바다와는 동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에서 해조류의 섭취가 매우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갑상선질환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나 일본처럼 해안과의 거리가 멀지않은 나라에서는 사정이 너무 다르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섭취하는 요오드의 하루 평균 섭취량은 약 500ug 정도로 다소 많은 편입니다. 평소 해산물이나 해조류를 좋아하고 소금을 특히 천일염의 형태로 먹는 경우가 많으므로 요오드의 섭취량이 외국에 비해 수배에서 수십배(평균 약 10배) 정도에 이릅니다. 요오드의 섭취량이 다소 많다고 해서 반드시 갑상선질환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신체는 갑상선 기능의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성질때문에 체내로 유입된 요오드량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능력이 있으므로 평소 일반인이 즐겨먹는 정도의 음식습관으로는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요오드를 하루에 약 3,000ug 이상 지속적으로 과다 섭취했을 때는 역시 갑상선에 문제가 될 수 있는데, 특히 해조류가 기호식품이거나 해안지역에 거주하여 자연스럽게 해산물이나 해조류의 섭취량과 섭취빈도가 매우 높은 사람에서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요즘 해조류가 갑상선질환이나 건강에 좋은 식품으로 여겨지면서 일반 섭취량이 너무 증가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다시마 엑기스나 다시마환 같은 요오드 함유량이 많은 건강보조식품의 보급, 요오드성분이 함유된 일부 약제의 장기 복용 등이 갑상선질환을 오히려 야기시키고 있습니다.
임상 상황에 따라서는 한시적으로 요오드의 섭취를 절대적으로 금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흔히 갑상선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적당량의 요오드를 섭취하는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